리테일 미디어는 유행어가 아니라 손익 문제입니다. 본업 마진이 눌린 유통사가 왜 광고를 팔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무엇을 오해하고 시작하는지 적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통사들이 앞다투어 광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 줄여서 RMN이라 부릅니다. 새로운 유행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것을 손익계산서의 문제로 봅니다.
유통업의 이익 구조는 단순합니다. 상품을 사서 팔고, 그 차액에서 임차료와 인건비와 물류비를 뺍니다. 문제는 이 세 가지 비용이 모두 오르는 동안 판매가는 그만큼 올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경쟁은 심해졌고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해졌습니다.
이때 유통사가 이미 가지고 있으면서 아직 돈으로 바꾸지 않은 자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매일 매장과 앱을 오가는 방문객, 무엇을 언제 얼마나 사는지에 대한 구매 데이터, 그리고 매대·앱 화면·영수증 같은 노출 지면입니다.
상품을 팔아 얻는 이익과 광고를 팔아 얻는 이익은 성격이 다릅니다. 광고에는 매입 원가도 재고도 없습니다.
제가 세븐일레븐에서 만든 신사업 연 860억 가운데 리테일 미디어는 160억입니다. 나머지는 온·오프라인을 잇는 O4O가 420억, IP 콜라보가 280억입니다. 정체된 본업 위에 새로운 매출 엔진을 얹는 일이었고, 그중 하나가 광고였습니다.
RMN을 시작하는 유통사들이 가장 자주 하는 오해는 지면을 팔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매대 앞자리, 앱 배너, 영수증 하단을 상품화해 가격표를 붙이면 사업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광고주가 사는 것은 노출이 아닙니다. 그 광고 때문에 얼마나 더 팔렸는가입니다. 같은 돈으로 다른 매체에 집행했을 때보다 나았는지를 증명해 주지 못하면 다음 분기 예산에서 밀려납니다. 즉 RMN의 진짜 상품은 지면이 아니라 측정입니다.
제가 이 문제를 비교적 빨리 알아차린 것은 반대편에 서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광고 상품을 설계해 판 사업자이기도 하지만, 그전에 오랫동안 예산을 집행하는 광고주였습니다. 광고주로서 저는 늘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이거 안 했으면 안 팔렸을 물량인가요?"
리테일 미디어는 유통사가 가진 자산을 다시 보는 일입니다. 다만 자산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팔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이 측정이고, 측정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을 견디는 회사만 이 사업을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