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회의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이 “경쟁사는 광고에 얼마나 쓸까요”입니다.
대개 추측으로 답합니다. 그런데 그 숫자는 이미 공개돼 있고, 확인하는 데 반나절이면 충분합니다.
광고선전비 / 매출 → 영업이익
34.9%→−60억
33.9%→+63억
거의 같은 비율을 쓰고 정반대 결과가 나왔습니다
마케팅 예산을 정하는 자리에서 근거로 쓰이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입니다.
작년에 얼마를 썼는가, 그리고 올해 매출 목표가 얼마인가.
경쟁사가 얼마를 쓰는지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알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외부감사를 받는 회사라면 광고선전비를 매년 공시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볼 수 있고 비용도 들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업종을 통째로 열어 보면, 추측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았을 그림이 나옵니다.
침구 일곱 곳을 실제로 열어 봤습니다
2025년 회계연도 확정치입니다.
브랜드
법인
매출
광고선전비
비율
영업이익
이익률
몽제
데일리앤코
662.3
231.3
34.9%
−60.2
−9.1%
누잠
와이즈플래닛컴퍼니 연결
648.5
220.0
33.9%
+63.4
9.8%
센스맘
센스맘
308.6
87.4
28.3%
+12.4
4.0%
마틸라
더메종 연결
489.9
76.2
15.6%
+66.4
13.6%
이브자리
이브자리
621.8
33.6
5.4%
+32.5
5.2%
데코뷰
데코뷰
94.6
3.9
4.1%
−1.5
−1.6%
알레르망
알레르망
1,236.0
22.1
1.8%
+269.2
21.8%
단위: 억 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감사보고서 원문.
센스맘은 홈쇼핑 정액 방송비가 섞여 있을 수 있어 순수 디지털 광고비로 보기 어렵습니다.
표에서 읽어야 할 세 가지
온라인에서 시작한 브랜드의 광고비는 매출의 28~35%입니다 — 오프라인 유통을 기반으로 성장한 브랜드는 1.8~5.4%입니다. 조금 다른 것이 아니라 자릿수가 다릅니다. 온라인 브랜드에게 광고비는 마케팅 비용이 아니라 사실상 유통 수수료입니다. 백화점에 입점하면 수수료를 떼이듯, 온라인에서는 그 자리를 광고비가 차지합니다
많이 쓴다고 이기지 않습니다 — 몽제는 34.9%를 쓰고 60억을 잃었고, 와이즈플래닛은 33.9%를 쓰고 63억을 벌었습니다. 거의 같은 비율을 쓰고 정반대 결과가 나왔습니다. 광고비 비율은 전략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설명하는 것은 그 돈이 재구매로 돌아오는지 여부입니다
가장 잘 번 곳이 가장 적게 썼습니다 — 온라인 그룹 안에서 마틸라만 15.6%로 절반 수준이고, 영업이익률은 13.6%로 가장 높습니다. 리뷰가 광고를 대신하고 자사몰이 재구매를 받아내는 구조를 만든 결과입니다. 광고를 덜 써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성공한 유일한 회사입니다
왼쪽 위로 갈수록 좋습니다. 흰 점은 영업손실. 누잠은 와이즈플래닛컴퍼니 연결 기준입니다.
광고비 비율은 실력이 아니라 상태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높다는 것은 아직 광고 없이는 팔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광고를 줄이면 되는가
표의 맨 아래 회사를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광고비 1.8%에 영업이익률 21.8%. 가장 효율이 좋아 보입니다.
광고비를 84% 줄였고, 이익률은 8.6%p 올랐습니다.
그리고 매출은 5년 동안 제자리입니다.
늘어난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광고비를 줄인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이것을 잘못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익을 지키는 선택이었고 실제로 지켰습니다.
다만 이 표가 보여주는 것은 광고비를 줄이면 이익률은 오르고 매출은 멈춘다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손익계산서 한 줄만 봐서는 보이지 않는 사실입니다.
경쟁사의 이익률이 우리보다 높을 때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을 잘하고 있는가”가 아닙니다.
“무엇을 쓰지 않고 있는가”입니다.
직접 확인하는 네 단계
브랜드명이 아니라 법인명을 찾습니다 — 전자공시는 법인명으로만 검색됩니다. 몽제는 데일리앤코, 누잠은 와이즈플래닛컴퍼니입니다. 법인명은 그 브랜드 상품 페이지 맨 아래 사업자정보에 적혀 있습니다
전자공시 사이트에서 감사보고서를 엽니다 — 상장사가 아니어도 일정 규모를 넘으면 감사보고서를 냅니다. 비상장 중견기업 대부분이 여기 걸립니다
손익계산서가 아니라 주석을 봅니다 — 손익계산서에는 판매비와관리비가 한 덩어리로만 나옵니다. 광고선전비는 그 아래 주석의 명세표에 있습니다. 대부분 여기서 멈춥니다
단위를 확인합니다 — 본문은 원, 주석은 천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천 배를 틀리면 아예 다른 회사 이야기가 됩니다
미리 알아야 할 함정 셋
회사 기준인지 브랜드 기준인지 — 위 표의 와이즈플래닛 648억은 회사 전체 매출입니다. 침구 브랜드 누잠 하나만 보면 173억입니다. 네 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브랜드를 여러 개 가진 회사의 숫자를 브랜드 하나의 숫자로 읽으면 판단이 통째로 어긋납니다
연결인지 별도인지 — 자회사를 합친 숫자와 본체만의 숫자는 다릅니다. 표를 만들 때는 한쪽으로 통일하고, 통일이 안 되면 표에 표시해 둡니다
공시가 없는 회사도 많습니다 —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빠르게 크고 있는 신생 브랜드일수록 여기 해당합니다. 이 경우는 광고 노출량이나 채널 순위 같은 간접 지표로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나절이면 되는 일입니다
제가 맡았던 사업에서도 처음 이 표를 만들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때까지 아무도 만들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경쟁사 신상품은 나오자마자 사서 뜯어 보면서,
경쟁사가 그 상품을 팔기 위해 얼마를 쓰는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우리 예산이 많은지 적은지는 우리 손익계산서만 봐서는 알 수 없습니다.
같은 시장에서 싸우는 회사들이 각자 얼마를 쓰고 무엇을 얻었는지 옆에 놓아야 비로소 보입니다.
그리고 그 자료는 이미 공개돼 있습니다.
김민정 · 비즈니스 빌더
25년간 네 개의 사업을 0에서 지었습니다. 올리브영 온라인 사업을 연 7,000억으로 키웠고,
세븐일레븐에서 연 860억 규모의 신사업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MJSolution에서 같은 고민을 하는 회사들을 돕고 있습니다.